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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16 14:04

신문화

수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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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문화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노 관 범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부교수)

   가을이다. 처서는 이미 지났고 백로가 눈앞에 있다. 처서가 오면 풀도 그만 자라고 백로가 오면 이삭이 이미 팬다 했던가?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서늘한 가을을 맞이하는 이때 대북 특사단 소식을 듣는다. 가까운 시일 안에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인가? 개성에서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열릴 것인가? 남북관계의 핵심 장소로서 평양과 개성은 어느덧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 되어 있다.


평양과 개성, 신문화의 발원지였는데


   생각하니 평양과 개성은 공통점이 많다. 우선 평양은 고구려의 도읍이었고 개성은 고려의 도읍이었다. 고구려의 다른 이름이
고려이기도 했음을 생각하면 둘 다 고려의 도읍인 셈이다. 고려시대 평양의 별칭이 서경이었음을 생각하면 둘 다 고려의 서울인 셈이다. 평양과
개성은 조선시대에 상업이 발달하여 상인의 활동이 특출났으니 평양 상인을 일컫는 말이 유상(柳商)이었고 개성상인을 일컫는 말이 송상(松商)이었다.
그렇지만 경제적 번영과 다르게 정치적 입신에 제약을 받아 ‘서북송도인’이라는 이름에 묶여 지역 차별의 설움을 겪은 것이 이곳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또 있을까?

   1907년 8월호 『서우』에 실린 글 「평양과 개성의 발달」은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논점을 제시한다.
평양이란 어떤 곳인가? 평양은 아득한 상대에 단군과 기자의 땅, ‘우리 한국 사천년 문물이 실로 이곳에서 발원’했다. 개성이란 어떤 곳인가?
개성은 고려 말기 중국의 성리학이 처음 들어온 곳, ‘우리나라 사람이 예를 좋아하고 도를 높이는 미풍선속(美風善俗)이 역시 개성에서 발원’했다.
그렇다. 문명의 발상지라는 것, 우리나라 고대 문물이 평양에서 발원했고 조선시대 유교 문화가 개성에서 발원했다는 것, 평양과 개성에서 과거 한국
문명의 발원을 읽어내는 이 글의 필자 박은식은 평양과 개성에서 다시 새롭게 신문화의 발원을 축원한다. 고종 황제의 강제 퇴위를 겪고 국망을
체감하는 처참한 시기 그는 이곳들을 중심으로 사회의 진보를 통한 새 희망의 빛줄기를 구한다.

   이제는 서우가 신문화의
주역이다! 양서(兩西)와 개성·강화의 벗님들이 신문화의 주역이다! 이 희망찬 기대는 백 년 전 평안도 유학자 백경해(白慶楷)가 드러낸 울분과는
얼마나 현격한 차이가 있는가? 1802년 그는 말했다. 평안도 사람은 서인(西人), 서한(西漢)이라 불리며, 사람도 아니고 짐승도 아닌 취급을
받고 있다. 평안도 사람이 경멸 받는 이유는, 첫째 평안도에 양반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 평안도는 오랑캐 땅[胡地]과 가깝다는 것이고, 셋째
평안도에 학자가 없다는 것이라는데. 그렇지만 평안도 사람이 문무 관리로 성장하지 못하게 차별하고는 양반이 없다고 경멸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평안도가 오랑캐 땅과 가까워 문제라면 경상도는 왜인 땅과 가까운데 왜 경상도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가? 평안도에 학자가 없다는 것
인정하지만, 학자가 나올 수 있도록 유학을 진흥시켰는가? 한 여인이 원한을 품어도 동해가 마른다는데, 수백 년 원한을 품은 평안도는 어떻겠는가?
평안도 사람도 다른 도 사람처럼 인정해 달라.


평안도, 차별과 배제의 울분이 깊었지만


   박은식도 이 울분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조선의 평안도에 차별과 배제의 일면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은식이
『서북학회월보』에 소개한 평안도 최고의 유학자 이응거(李膺擧)는 조선의 평안도에 또 다른 측면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평안도 영변의 유학자
이응거는 생전에 정조와 직접 만나는 영예를 얻었고 사후에는 평안도 유신(儒臣) 최초로 시호를 받았는데, 그의 가계를 보면 5대조 이지현은
정유재란 때 노량 전투에서 전사했고, 고조 이명달은 심하 전투 때 김응하의 막부에서 전사했고, 증조 이시영은 정묘호란 때 안주에서 전사했다.
3대에 걸친 충절로 그의 가문은 ‘삼충(三忠)’의 가문이라는 명예를 얻었는데, 심하 전투 3주갑이 되는 1798년 정조는 이응거를 궁궐에 불러
한성부판윤을 제수했다. 85세의 나이에 국왕의 지우를 받은 이응거는 평안도 삼백 년에 없던 은혜를 받았음에 감읍했다. 그것은 정조대 평안도
유학자의 학문에 대한 예우이자 국난기 평안도 무인들의 충절에 대한 예우였기 때문이다.

   차별에 대한 사회적 울분과 전통에 대한
문화적 자부심, 이 양가적 감정은 근대에 진입한 ‘서우’, 특히 평양과 개성 사람들의 일반적인 지역적 정서였으리라. 20세기 초 박은식은 이를
자강운동의 동력으로 활용하여 양서에서 발원한 신문화의 전국적 확산과 이를 통한 한국사회의 혁신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했다. 남북평화와 남북협력의 새
시대를 기원하는 오늘날 신문화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남북의 방방곡곡이 어디인들 발원지가 아닐까만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과 개성에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째서일까?


[안내] 2018 중국인문기행_사천성 편
10월 26일~11월
2일(6박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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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노 관 범
·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부교수

· 논저

〈기억의 역전〉소명출판, 2016
〈고전통변〉김영사, 2014
〈대한제국기 실학 개념의 역사적 이해〉한국실학연구 제25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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